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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은 주로 새로운 것을 탐색하거나 성취하는 과정에서 ‘기쁨’의 감각과 감정을 지배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게임이나 쇼핑을 할 때, 음란물을 볼 때도 보상 작용처럼 도파민이 분비된다. 비슷한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도파민을 적게 생산하거나, 도파민에 반응하는 수용체 수를 줄인다. 동일한 쾌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을 찾는 ‘중독’으로 가는 길이다.

세상 모든 자극의 집합소인 스마트폰과 도파민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스마트폰은 위험하지 않다’고 방심하는 사이 우리는 도파민을 얻고, 대신 많은 것을 잃었다. 스마트폰 중독 실태와 빠져들 수밖에 없는 알고리즘의 비밀, 치유책을 4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수면 부족, 우울과 스트레스, 눈 건강, 근골격계 질환…. 스마트폰 중독은 게임장애처럼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여러 육체·정신적 질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지난 한달 동안 한겨레가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신체·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힌 33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보면, 이들 가운데 27명(81%)이 수면 장애를 호소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보다가 늦게 잠들거나, 켠 채로 잠이 들어 온종일 피곤한 상태가 계속된다고 했다. 수면 부족은 집중력 부족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주로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본다는 중학생 김준우(14)군의 수면시간은 하루 5시간에 불과하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자정 무렵이면 침대에 눕는데, 인스타그램 릴스(90초 길이의 짧은 동영상)를 보다 보면 1~2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했다. “릴스 10개만 봐야지 했는데, 20개 30개 계속 쭉 보게 되고 자제가 잘 안돼요. 아침까지 오티티(OTT)를 밤새워 본 적도 있어요.” 잠이 부족한 김군은 학교 가는 길에 “쪽잠을 잔다”고 했다.

유튜브 뉴스 영상을 틀어놔야만 잠이 온다는 전일구(54)씨는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틀어놓고 자다 보니 새벽에 자주 깨고, 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다”고 했다. 밤새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다 보니 청각도 많이 나빠졌다.

스마트폰 사용이 스트레스나 우울감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인 김성혜(25)씨는 “에스엔에스(SNS) 등에서 다른 사람들이 사는 얘기 보면 비교도 되고, 안 보면 되는 건데 굳이 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느낄 때 이제 스마트폰을 그만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했다.


한양대 의대 문진화 교수팀이 최근 청소년 5만58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스마트폰 사용이 4시간 이상 그룹이 4시간 이하 그룹보다 스트레스는 16%, 수면 문제 17%, 우울증세 22%, 자살 생각·계획·시도 각 22%·17%·20%, 음주 66%, 흡연 90%, 스마트폰 과의존이 10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의대 문진화 교수팀이 최근 청소년 5만58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스마트폰 사용이 4시간 이상 그룹이 4시간 이하 그룹보다 스트레스는 16%, 수면 문제 17%, 우울증세 22%, 자살 생각·계획·시도 각 22%·17%·20%, 음주 66%, 흡연 90%, 스마트폰 과의존이 10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눈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했다. 하루 20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켜두는 그림작가 최은진(48)씨는 “하루종일 화면을 보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너무 침침해지면서 눈앞이 뿌옇게 변하고, 물체들이 두개로 아른거린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블루라이트 차단 설정을 하게 됐고, 온열팩으로 틈틈이 눈 찜질도 하면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고 했다. 김준우군 역시 어린 나이지만 시력이 떨어지면서 안구건조증이 생겼다. 김군은 “밤에 불을 꺼놓고 스마트폰을 봐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거북목 등 근골격계 질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을 하루에만 7시간 넘게 사용한다는 신예서(16)양은 “거울을 볼 때마다 거북목이 되어가고 있는 것에 놀란다. 의식적으로 폰을 볼 때 고개를 숙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황경아(50)씨도 “같은 자세로 정신없이 쇼츠를 보다 보면 어깨랑 허리가 아파 더 이상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최근 연구 결과도 이를 방증한다. 한양대 의대 문진화 교수팀이 청소년 5만58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스마트폰 사용이 4시간 이상인 그룹이 4시간 이하인 그룹보다 스트레스·수면문제·우울증세 등을 각각 16%, 17%, 22% 더 겪었다. 자살 생각·계획·시도 역시 각각 22%·17%·20% 잦았다. 특히 음주, 흡연, 스마트폰 과의존 정도는 66%, 90%, 101%나 더 심했다.

이밖에도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수준이 높아질수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학습장애 수준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한국통합사례관리학회·2019년)도 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